revolt, freedom and passion

김상연 & 이유미
2024.06.15.~07.20
Artist Talk_2024.06.15(Sat) pm 15:00
Gallery R


revolt, freedom and passion_김상연_gallery R. 2024

김상연 작가는 1986년 전남대학교 미술학과 서양화에 입학하여 1992년 학사 졸업하고, 1994년 국립중국미술대학 판화과에 입학하여 1999년 석사 졸업했다.

그는 2000년 일본 동경의 오스카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기노구니야갤러리(나고야, 일본), 마이클슐츠갤러리(서울/베를린, 독일), 일단원갤러리(북경798, 중국), 센마리팀의회당(루앙, 프랑스), 전남도립미술관. 포스코미술관(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서울), 기당미술관(제주), 신세계갤러리(광주), 롯데갤러리(광주), 마이클 & 융갤러리(광주)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는 다양한 그룹전에 초대되었다. 대표적인 국내 그룹전은 다음과 같다. 2003년 하정웅 청년작가 초대전(광주시립미술관), 2004년 생로병사(광주시립미술관), 2006년 열풍변주곡-자연과 몸(광주비엔날레), 2016년 브릴리언트메모리즈-동행(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2018년 필문 이선제 묘지(墓誌) 20년만의 광주 귀향 특별꼴라보(국립광주박물관), 각자의 시선(국립아시아문화전당), 202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등이 그것이다.

그의 대표적인 해외 그룹전은 다음과 같다. 세계 북 아트페어(프랑크푸르트미술관. 독일), 2005년 조용한 빛, 맑은 기운(예술박물관. 중국), made in gwangju(광주시립미술관), 수묵화의 흐름(관산월미술관. 심천, 중국), 2007년 스페인 아르코 특별전 한국-이야기를 펼치다(마드리드문화체육부미술관. 스페인), 宋庄국제미술제-예술연접_宋庄미술관(북경, 중국), 꼬레라숑(COREELATION)(센마리팀의회당. 루앙, 프랑스), 2009년 한국의 단면(대만국립미술관. 대만), 2012년 원점의 심해(상해미술관. 중국), 무등설화(금일미술관. 북경, 중국), 2013년 all about korea(화이트박스미술관. 뮌헨, 독일), 2014년 빛_유네스코본부(파리, 프랑스), 2015년 openbooks - 예술가와 그들의 중국책(온주현대미술관. 중국/인도/홍콩/캐나다/미국), 2016년 프랑스문화원/파리도서관(파리, 프랑스), 2019년 DISTORTION(UPdate gallery. 독일), 2021년 국제 현대예술요청전(마카오 예술박물관. 중국), 2022년 Deeper East(오스틴 퍼블릭 라이브러리. 미국), 한국-프랑스 판화 작품(프랑스) 등이 그것이다.


revolt, freedom and passion_이유미_gallery R. 2024

이유미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 조소과를 졸업했다. 그녀는 ‘종이죽’으로 인체 조각을 하는 일명 ‘종이-조각’으로 국내외 미술계에 잘 알려진 작가이다.

이유미 작가는 2003년 마로니에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로 미술계에서 주목받아 서울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가나아트센터, 한가람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이중섭미술관, 영국 런던의 노 모아 그래이 갤러리(No More Grey Gallery) 등에서 초대받았다.

이유미 작가는 국내외 아트페어에 초대되어 국내외 관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홍콩 소더비 아트페어(Sothebys Contemporary Asian Art, Hong Kong), 홍콩 아트페어(Hong Kong Art Fair), 홍콩 호텔아트페어(Asia Top Gallery Hotel Art Fair), 상하이 아트페어(Shanghai Art Fair), 독일 퀠른 아트페어(ART COLOGNE), 영국 런던 아트페어(The Affordable Art Fair), 인도 발리 아트페어(Bali VAF),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아트페어(Abu Dhabi Art), KIAF 등에 참여했다.


revolt, freedom and passion_김상연 & 이유미_gallery R. 2024

반항, 자유 그리고 열정
류병학 미술평론가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김상연 작가와 이유미 작가의 작품들 사이의 접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나는 그들의 작품들을 보면서 ‘반항, 자유 그리고 열정’을 느꼈다. 이미 눈치채신 분들도 있듯이 ‘반항, 자유 그리고 열정’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의 부조리를 대하는 세 가지 태도를 차용한 것이다.

"나는 부조리로부터 세 가지 결과를 도출한다. 그것은 바로 나의 반항, 나의 자유, 나의 열정이다.(I derive from the absurd three consequences: my revolt, my freedom, and my passion.)"

광주에서 작업하는 김상연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떠올리면서, 제주에서 작업하는 이유미는 제주 4.3사건을 기억하면서 부조리를 대면한다. 김상연은 1966년생으로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났을 때 광주 숭일중학교 3학년이었다. 당시 그는 계엄군의 만행을 직접 두 눈으로 보았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시 계엄군은 시위대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에게도 진압봉을 휘둘렀고, 발포까지 했습니다. 길거리에는 참혹하게 죽은 사람들이 있었고, 계엄군에게 비참하게 구타를 당한 부상자들은 손수레에 실려 갔습니다. 광주에서 벌어진 참혹한 광경은 오늘날까지 트라우마로 남아있습니다.”

2012년 이유미는 제주도에 정착해 가정을 꾸려 살고 있다. 2013년 그녀는 먼저 제주도에 정착한 홍봉석 작가를 만나 결혼하고, 2014년 아들 홍장우를 낳는다. 따라서 그녀에게 제주도는 제2의 고향인 셈이다. 그녀는 제주에 정착하면서 제주의 여러 모습으로부터 작업의 염감을 얻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바람이 부는 대로 자라난 나무, 변화무쌍한 하늘의 구름,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비취색 바다, 화산분화구였다는 크고 작은 오름,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기암괴석, 무심한 듯 하면서 조형적으로 쌓여진 돌담, 빨랫줄에 걸려있는 해녀들의 잠수복, 바닷가에 널브러진 쓰레기조차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또 다른 작업의 영감이었다. 그러나 그것뿐만 아니라 알지 못했던, 잊고 있던 숨겨진 이야기는 인간 존재의 의미와 삶의 문제에 대한 상처와 슬픔은 먹먹함과 더 많은 울림을 갖게 했다.”

물론 이유미의 작품이 제주 4.3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조각을 보면서 제주 4.3을 떠올렸다. 1947년 3월부터 1954년 9월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다수의 주민이 희생당한 비극적인 사건 말이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제주 4·3으로 인해 제주지역 공동체는 파괴되었고, 적잖은 물적 피해를 입었으며, 무엇보다 참혹한 인명피해로 깊은 상처를 남겼다. 내가 본 이유미의 조각은 바로 제주 4.3으로 인해 죽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작품으로 느껴졌다.

김상연과 이유미는 부조리에 ‘반항’한다. 반항하는 그들은 자유와 열정으로 작품을 제작한다. 이를테면 부조리한 삶을 인식하고 반항하는 그들은 자유와 열정을 가지고 작업할 수 있다고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스스로 자유로운 선택과 행동을 통해 주체성을 만들어가는 자각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김상연과 이유미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모든 가능성을 남김없이 소진하려는 ‘열정’을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제한된 시간에 최대한 자유를 누려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의 ‘열정'은 주어진 모든 것을 작품 제작으로 소진하고자 한다. 그들은 삶을 불태우며 열정적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여러분들이 보아서 알 수 있듯이 김상연과 이유미의 작품은 한계와 절도(節度)의 반항으로 제작된 것이다. 그 점이 관객에게 그들의 작품을 숭고(崇高)하게 느끼게 한다. 카뮈는 반항이 순수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계와 절도를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반항이 한계를 넘어 폭력을 용인한다면, 그 순간 반항은 반항의 정신을 배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계와 절도를 모르는 반항은 반항이 아니다.


revolt, freedom and passion_김상연_gallery R. 2024

흑백(黑白)과 사이(間)
김상연 작가

이번 전시는 흑백 작업과 수인판화가 수인회화로 바뀌어 가는 작업의 두 가지 방식을 형성하여 전시하게 되었다. 전시장에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하여 전시한다는 것은 작가에게 욕심이고 과한 부분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형식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 형식 속에 공통된 내용과 연결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흑백(黑白)

나의 그림 화면에서의 白은 黑을 규정한다. 그러나 黑은 白을 규정하는 단어는 아니다. 여기서 黑이라는 단어는 영문의 검정(black)이라는 단어보다 漢字의 아득할 玄과 맞닿아 있다. 검정과 黑은 같지만 다르다. 검정은 회색을 담고 있지 않지만, 玄은 무채색의 무한한 공간을 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의 그림에서 일정하게 규정된 화면에 풍부한 상상력을 불어넣는 것 또한 白의 역할이다. 흔히들 餘白, 空白 등등으로 불리지만, 이에 앞서 白은 화면에서 하나의 불변한 존재자로 우뚝 서 있다. 화가는 사물을 그리는 데 급급하고, 그 사물에 부여되는 의미를 찾는데 골몰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런 의미들은 이미 白에 의해 규정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白은 화면의 구성뿐만이 아니라 표현된 사물의 정신까지 규정하는 것이다. 화면(白)은 나의 전부이자 나를 형성하는 공간이다.




revolt, freedom and passion_김상연_gallery R. 2024

사이(間)

아득한(玄) 곳에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와 보이는 것에 기운을 넣어 만물을 움직이게 하는 것을 ‘살아있다’라고 표현한다면, 나의 그림은 보이지 않는 그 원초적 기운(에너지)을 표현한 것이다. 끊임없이 뿜어 나오는 심장의 에너지를 표현하고자 한다. 조형적 과장과 화려한 장식적 장치를 없애고 최소한의 형태로 에너지를 담아, 화면을 비상식적 시각 방법을 선택하여 보는 이에게 새로운 사유의 공간으로 안내하고자 한다.


revolt, freedom and passion_이유미_gallery R. 2024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이유미 작가

갤러리 R 전시를 준비하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하였다. 코로나 때보다 험한 세상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더한 세상이 왔다. 세상의 한쪽에선 전쟁이 일어나고, 전쟁의 위협에 놓여 있어 너무 많은 사람이 생사를 넘나들고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기후변화로 환경은 무너지며 생명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런 소식을 들어도 무감각해지고 피폐해지고 있는 삶은 개인의 삶과 무관하지 않기에 작업하는 현실이 무겁고 복잡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암시적으로 또는 본능적으로 미리 느껴지는 것”을 예감이라 부른다. 살아가면서 알 수 없는 그 느낌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들은 어쩌면 나에게 일어날 일들을 미리 알려주고 대비하고 나를 보호하라고 온 것이다. 하지만 그런 느낌들을 지나갔고 또 그냥 무시해 버리기 일쑤였다. 그것은 예민한 감각기관 때문에 느껴지는 개인적이며 비과학적이고 비논리적인 것이라고 치부했다.


revolt, freedom and passion_이유미_gallery R. 2024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우연이나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 알아차리지 못한 아쉬움이 생겼다.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논리적인 개연성과 타당성도 또 그 안에는 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불행이던지, 슬픔이던지, 기쁨이던지 늘 그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내 안에, 우리 안에 있는 나와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와 어머니의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오래된 DNA가 있다. 이것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는 영겁의 시간 축적과 함께 삶과 죽음을 통과하여 나에게, 우리에게 왔다. 내 안에서 살아 움직이며 나를 보해해 주며, 내 안에 있는 아주 오래된 미래는 나의 아이를 통해 더 먼 후손에게 전해질 것이다.

내 몸 안에서 예감이라는 말로 나에게 전해주러 온 것이다. 작업에서는 검은 새(까마귀, 제비)로 표현했다. 제비와 까마귀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다. 어린 시절 골목길에서 낮게 날아다니는 제비는 사람을 공격하는 것으로 알고 막연하게 무서워했다. 그것은 제비의 먹이가 되는 곤충들이 날씨가 흐리면 날개가 무거워 땅 가까이로 내려온다. 제비도 곤충들을 잡아먹으려면 어쩔 수 없이 낮게 날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에 불안했고 두려웠다.

까마귀 또한 불길한 새로 알고 있어서 두려움과 회피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까마귀와는 차이가 크다. 도구를 사용하는 지능이 높은 새이며, 무리와 협력하며, 같은 무리의 죽음을 애도하는 행동도 한다. 또 인간의 얼굴을 기억하고 거울 속의 자신을 인식할 수 있는 사회적인 새이다. 고대 동아시아나 우리나라에서는 태양에 살면서 천상의 신들과 인간세계를 연결해주는 길조(吉鳥)였다.

알고 보면 까마귀에 대한 확증 편향적인 것이 있다. 자기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만 보고, 진실을 믿지 않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이다. 그것은 비단 까마귀에 관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자기가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현실밖에는 보지 않는 자신의 주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편파적으로 취사선택하고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외면한다.

그때 거기 그들과 지금 여기 우리의 간극 속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은 많다. 이 시대의 살아가는 지금 여기 우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또 지금 여기 우리가 이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 인간 존재의 의미와 인생의 가치 묻고 싶다. 지금 여기 우리를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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