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per negative - pigment print, 100×125cm, 2019
2018년 문화재청이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의 복원을 20년 만에 마무리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를 계기로 문화재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국보는 문화재 가운데 가장 가치가 큰 문화재이며, 지정되면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나는 예전에 나무를 바라보며 나무와 함께한 온전한 시간을 담은 <2820sec> 작업을 진행했다. 이번에도 마치 수천 년 된 나무처럼 덩그러니 서 있는 석탑 앞에 서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인간이 태어나서 삶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경험하는 것들을 이들도 같이 경험한다는 생각을 했다.
눈에 보이는 실체에 가려 보이지 않는 내면의 흔적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그들 앞에 서서 눈을 감고 같은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두 손에는 대형 카메라를 들고 찰나의 시간 속에 그들을 담았다. 이렇게 수십 차례 그들과 마추했고, 그 흔적들을 켜켜이 쌓아 하나의 이미지를 완성했다.
나의 세월은 그들의 세월에 비해 찰나이기에 이들을 온전히 이해해보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이들에 담긴 방대한 역사의 시간과 흔적을 담아내고 과거에 대한 동경이나 회고의 정과 같은 노스텔지어를 불러일으키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