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26/184 갤러리 R 소장품

전시기간 : 2024.02.17~04.13

초대작가
강진이 김남훈 김 을 김태헌 김해민 도수진 류제비 박기원 박정기 손부남 손현수 안시형 이기본 이민정 이상홍 이인현 이유미 이유진
이현무 장경국 장지아 최상흠 탁영호 하봉호 허구영 홍명섭

전시작품 : 회화, 조각, 사진, 영상, 오브제, 만화, 애니메이션 등 총 178점

전시장소 : gallery R
서울특별시 성동구 광나루로 294 성동세무타워 B01호
TEL 02-6495-0001 I e-mail galleryrkr@gmail.com
homepage gallery-r.com I instagram.com/galleryrkr/

오픈 : 매주 화요일-토요일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휴관 : 매주 일요일, 월요일


갤러리 R 소장품전 『R26/184』 2024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작가에게 필요한 것이 뭐냐고

“2021년 8월 17일 저는 고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밀양에 위치한 안시형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안 작가의 작업실은 조형물을 제작하는 후배 작업장 귀퉁이에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것이었다. 그의 작업실은 여름이지만 냉방시설이 없어 매우 더웠다. 물론 그의 작업실에는 난방시설도 없다. 나는 친구 류병학에게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작가에게 무엇을 해주면 좋을지’ 물었다. 친구는 나에게 ‘작가의 작품을 소장해주면 작가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해서 나의 작품 컬렉션이 시작되었다.”

- Korea Art Revelation Co. Ltd., gallery R 황영배 대표의 <나의 컬렉션> 중에서

갤러리 R(황영배 대표)의 2024년 새해 첫 전시는 『R26/184』이다. 갤러리 R은 2022년 2월 5일 『R22』라는 전시타이틀로 개관전을 개최했다. ‘R22’는 갤러리 R 개관전에 초대한 22명의 작가를 뜻한다. 이번 갤러리 R의 기획전 『R26/184』에서 ‘R26’은 2022년부터 2023년까지 갤러리 R에서 전시한 작가들 숫자이고, ‘184’는 갤러리 R의 소장품 숫자이다. 따라서 갤러리 R은 그동안 184점의 작품을 소장한 셈이다.

갤러리 R의 소장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 케이에이알(KAR) 법인 소장품이고, 다른 하나는 ㈜ KAR의 대표이사이면서 동시에 갤러리 R의 황영배 대표의 소장품이다. 나는 그 두 소장품을 ‘갤러리 R 소장품’으로 부르고자 한다.

나는 2021년 여름 33년 만에 고딩 친구들( 황영배 정치학 박사와 법무법인 광장의 한원규 변호사 그리고 아주자동차대학의 김재민 겸임교수)을 서울 모처에서 만나게 되었다. 당시 황 대표는 오랜 미국 생활을 끝내고 귀국한지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였다. 나는 갤러리 R 개관전 전자도록인 『R22』 서문에서 밝혔듯이 황 박사의 지원으로 ㈜ KAR 설립과 출판사 KAR 등록 그리고 갤러리 R 개관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머시라? 당신은 갤러리 R 개관전 전자도록인 『R22』를 보지 못했다고요? 갤러리 R 전자도록은 온라인 서점들(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 리디북스, 밀리의 서재)에서 소장할 수 있다. 뭬야? 만약 내가 여기에 당시 전자도록에 언급한 갤러리 R 개관 비하인드 스토리를 부분이나마 인용해 준다면, 자기가 그 인용문을 읽고 전자도록을 소장할지 말지를 결정하겠다고요? 조타! 갤러리 R이 22명 작가의 작품들을 소장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 부분만 이곳에 인용해 놓겠다.

(33년 만에 서로 만난) “황영배 박사는 류병학 독립큐레이터에게 요즘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물었다. 류 씨는 ‘전시기획과 평론(작가론)을 쓰고 있다’면서 ‘졸고(평론)를 영어로 번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황 박사는 류 씨에게 평론 영어번역비를 어떻게 충당하는지 물었다. 류 씨가 ‘영어번역비를 벌기 위해 알바를 뛰고 있다’고 답변하자, 황 박사는 ‘영어로 번역한 평론을 어디에 사용할 계획’인지 물었다. 류 씨는 ‘영어 평론을 전자 도록으로 출판하여 해외에 소개하고자 한다’고 답변하자, 황 박사가 ‘의미 있는 일인 것 같아 영어번역비를 지원해 주겠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영어번역비를 지출하고 한글판과 영문판 전자도록을 발행할 수 있는 출판사도 등록할 수 있는 법인설립을 한원규 변호사에게 제안했다. 한 변호사는 황 박사에게 법인의 목적사업에 대해 물었고, 황 박사는 류 씨에게 영어번역비와 출판사 이외에 무엇이 더 필요한지 물었다. 류 씨는 ‘작가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작품구매와 갤러리 운영’이라고 말했다. 황 박사는 류 씨에게 전자도록을 발행할 22명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여 법인 이름으로 작품을 소장하자고 제안해, 4인방은 작년 8월 중순부터 갤러리 R 개관전이 열리기 직전인 2022년 1월 25일까지 22명 작가의 작업실을 한곳 한곳씩 방문해 작품들을 소장했다.”


갤러리 R 개관전 전자도록 『R22』 2022

갤러리 R 소장품전 R26/184

“작품 소장이 ‘자산(資産)’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부채(負債)’더군요. 만약 작가가 작품을 ‘출산(出産)’하는 사람이라면, 컬렉터는 작가의 작품을 ‘입양(入養)’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작품 소장은 마치 아이를 입양하여 잘 키워야 하듯 잘 관리를 하는 것이더군요. 따라서 작품 소장은 일종의 ‘부채’인 셈이죠.”

- 갤러리 R 황영배 대표와 류병학 큐레이터의 대담 중에서

2022년 2월 5일 갤러리 R은 개관전 『R22』를 개최한다. 개관전에는 그동안 작업실을 방문했던 22명 작가의 작품들로 전시되었다. 황 대표는 갤러리 R의 개관전부터 작년 말까지 기획한 개인전과 2인전을 통해 작품들을 소장한다. 황 대표가 30개월간 소장한 작품은 총 184점이다. 와이? 왜 황 대표는 갤러리 R에서 전시한 작가의 작품들만 소장한 것일까? 황 대표의 답변이다.

“저의 첫 컬렉션은 갤러리 R의 개관전에 초대할 작가분들의 작업실을 방문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2022년 2월부터 작년 겨울까지 갤러리 R에서 전시하신 작가분들의 전시를 보면서 작품을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초대한 작가분들의 전시작품을 소장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정집에 전시한 갤러리 R 소장품들


별장에 전시한 갤러리 R 소장품들

황 대표는 갤러리 R의 소장품들을 창고에 ‘생매장(보관)’시키기보다 일상공간에서 살아 숨 쉴 수 있기를 원했다. 그래서 그는 그동안 갤러리 R이 소장한 작품들을 가정집과 별장 그리고 은행의 고객 접견실 등지에 전시해 놓았다. 그러나 특정 생활공간에 전시된 소장품들이 일부 특정인들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황 대표는 고민 끝에 나에게 불특정다수를 위한 소장전을 제안한다.

나는 일단 황 대표에게 흩어져 있는 갤러리 R 소장품들을 모조리 모으자고 했다. 우리는 갤러리 R의 184점 소장품 중에서 7점이 빠진 177점을 갤러리로 운송해 왔다. 나는 177점의 소장품을 보면서 일반적인 연출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왜냐하면 50여평의 전시공간에 177점을 디스플레이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모든 작품을 전시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였다. 작품들을 전시공간 벽면 위/아래로 가득 설치하는 것이었다.

쥬세페 토르나토레(Giuseppe Tornatore) 감독의 영화 『베스트 오퍼(The Best Offer)』(2013)에서 로버트는 잃어버린 부품들을 하나씩 하나씩 찾아 톱니바퀴들로 엮어 하나의 로봇을 복원한다. 하지만 나는 갤러리 R의 소장품전인 『R26/184』에서 관객이 작품들을 하나씩 하나씩 살펴볼 수 있는 연출을 택했다. 물론 관객은 전시공간에 빼곡하게 설치된 각각의 작품들을 정교하게 하나로 다시 모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컬렉터는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라기보다 차라리 작품의 가치를 찾아내는 관객이 아닌가?


갤러리 R 소장품전 『R26/184』 2024

베스트 컬렉션

나는 이번 갤러리 R의 소장전에 관해 황영배 대표와 적잖은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는 ‘컬렉션(collection)’의 사전적 의미에서부터 미술계의 컬렉션에 관한 논의로 확장했다. 물론 우리는 컬렉션의 어원인 라틴어 ‘함께(collectus)+모으다(legere)’에서 파생된 ‘수집’과 ‘소장’ 이외에도 ‘(세금)징수’와 ‘헌금’에 관해서도 논의했다. 황 대표는 미국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정치학을 강의하면서 ‘정전법(井田法)’에 관해 논의한 사례를 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정(井)은 아홉 칸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우물 정 가운데 땅이 공전이고 나머지 8군데는 사전을 뜻하네. 여기서 공전이 11% 세금을 뜻하지. 반면 전(田)은 네 칸으로 구분되어 25% 세금을 뜻하네. 따라서 정전법은 평상시에 11% 세금을 내게 하고, 높은 수익율을 올렸을 때는 25% 세금을 내게 하지. 여기서 25% 세금은 나라에 큰 재해가 일어났을 때를 대비할 수 있는 세금이란 점이야. 따라서 정전법이 가장 이상적인 세금이라고 생각하네. 정전법은 약 11% 현대 서구 부가가치세랑 유사하지. 공공과 사유재산이 씸플하지만 잘 나누어진 조화로운 공공재정을 의미하기도 하네. 유교적 이상적 국가와 현대 민주적 자본주의가 서로 형통(亨通)하다고 할 수 있는 셈이지.”


갤러리 R 소장품전 『R26/184』 2024

컬렉션은 흥미롭게도 ‘헌금’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초기 ‘헌금’은 성찬에 사용할 떡과 구제를 목적으로 물질을 바치는 일종의 ‘헌물(봉헌물)’이었다고 한다. 4세기로 접어들면서 교회의 운영을 위해 신자들이 자발적으로 헌금이나 헌물을 하게 되었단다. 11세기부터는 예배의 예전(禮典)으로 예배 순서에 오늘날과 같은 헌금이 들어갔다고 한다. 황 대표는 헌금이 ‘교회의 운영이나 교역자의 생활 그리고 구제와 선교 등을 위한 용도로 쓰인다’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헌금은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표현으로 드리는 것이지. 이를테면 헌금은 하나님 사업을 위해 쓰이는 것에 대한 감사라고 말이죠. 그래서 헌금은 하나님의 은총에 대한 감사와 하나님이 하시는 일에 동참하는 기쁨의 표시인 셈이지.”

나는 황 대표와 최근 국공립미술관에 기증되어 화제되었던 ‘이건희 컬렉션’뿐만 아니라 ‘메디치 컬렉션(The Medici Collection)’에서부터 ‘프릭 컬렉션(The Frick Collection)’까지 다양한 컬렉터에 관한 논의도 했다. 물론 우리는 독일의 도이체방크나 스위스의 UBS 등 은행 컬렉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는 미술품 재테크에 관해서도 논의했다. 황 대표는 나에게 갤러리 R 컬렉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나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갤러리 R의 소장품은 총 184점이네. 자네가 30개월간 184점을 소장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네. 난 그 점을 알리기 위해 이번 갤러리 R 소장전에 184점 모두를 전시장에 빼꼭하게 연출하고 싶네. 관객이 갤러리 R로 들어서면 ‘헉!!!’ 소리 나게 말이지. 그리고 갤러리 R의 소장품은 여타의 미술관이나 갤러리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네. 왜냐하면 갤러리 R의 소장품은 갤러리 R에서 전시한 작가들의 작품들로만 이루어져 있다는 점 때문이지. 또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로 이루어진 갤러리 R의 소장품은 개인이 소장하기에 쉽지 않은 급진적인(radical) 작품들이 적잖네.”

나는 갤러리 R의 소장품 전시타이틀을 『R26/184』로 작명한 반면, 전지도록 제목은 『베스트 컬렉션』이라고 작명했다. 머시라? 제가 이번 갤러리 R의 소장품들을 ‘베스트 컬렉션’으로 생각하느냐고요? 뭬야? 제가 생각하는 ‘베스트 컬렉션’의 뜻은 무엇이냐고요?

나에게 ‘베스트 컬렉션’은 유명 작가의 고가의 작품이라기보다 오히려 나에게 삶을 반추해 주는 작품이다. 따라서 나에게 ‘베스트 컬렉션’은 작품의 물질적 소유보다 정신적 소유를 뜻하는 셈이다. 나를 감동시킨 작품은 나의 뇌리에 박혀있다. 나는 나의 뇌리에 박혀있는 작품을 사랑한다. 이를테면 내가 사랑하는 작품이 바로 ‘베스트 컬렉션’이라고 말이다. 만약 당신이 작품을 소장하고 있지만 정작 그 작품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그것은 워스트 컬렉션이 될 것이다.

머시라? 베스트 컬렉션은 결국 컬렉터의 주관적인 것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 같다고요? 사랑은 주관적인 것이니까. 베스트 컬렉션은 우리의 사랑처럼 작품과 컬렉터 사이의 사랑이다. 당신이 그것의 사랑을 주관적 사랑이라고 말한다면 주관적일 테고, 당신이 그들의 사랑에 감동받는다면 객관적인 사랑이 될 것이다. 그런데 사랑은 주관/객관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서야만 가능한 것이 아닐까? 왜냐하면 사랑은 자기 자신을 해체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을 흔히 도저히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오묘한 감정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오묘한 감정’은 어느 하나로 파악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감정’을 뜻한다. 그런데 당신은 어느 작품 역시 마치 사랑처럼 오묘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만약 당신이 그 작품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간다면, 그 작품은 당신에게 ‘베스트 컬렉션’이 될 것이다. 자, 지금 당신 앞에 놓인 작품을 애정을 가지고 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