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인간

차 스튜디오(CHA studio) 기획전 도수진 개인전
『곤충인간(昆蟲人間)』

인천아트플랫폼 주변에 위치한 차 스튜디오(CHA studio)는 지난 2021년 8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개관전으로 박기원 & 이인현 2인전인 『박기원이 이인현을 만났을 때』를 개최했습니다. 이후 차 스튜디오는 6차례의 기획전을 개최하였습니다. 차 스튜디오는 2022년 첫 기획전으로 지난 3월 한 달간 청주시립미술관의 관장이셨던 홍명섭 작가의 개인전 『레벨-게임/레벨-로지(level-game/level-logy)』를 개최하였습니다. 차 스튜디오는 올해 두 번째 기획전으로 지난 4월 10일부터 5월 10일까지 박기원 작가의 『웍스 퍼니처(Works Furniture)』를 개최했습니다.

차 스튜디오는 올해 세 번째 기획전 도수진 작가의 개인전 『곤충인간(昆蟲人間)』을 5월 21일부터 6월 18일까지 개최될 예정입니다. 여러분의 깊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도수진 작가는 독일 뮌스터 예술대학(ACADEMY OF FINE ARTS MEUNSTER)에서 아카데미 브리프(석사)와 마이크 & 디억 뢰버트(Maik & Dirk Loebbert) 교수로부터 마이스터슐러(Meisterschuler)로 사사받고 한국으로 귀국한 작가입니다.

그녀가 국내외에서 개최한 개인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2012년 독일 뮌스터 쿠바 쿨투어의 『텅 빈 방들(Empty Rooms)』과 프로젝트 하펜벡 22의 『Einsichten in Aussichten』 그리고 2013년 베베어카 파빌리온(Wewerka Pavillon)의 『Behind the Doors』 또한 2022년 인천 차 스튜디오(CHA studio)의 『곤충인간 / 昆蟲人間』입니다.

그녀는 다수의 국내외 그룹전에 초대되었습니다. 그녀가 해외에서 초대되었던 주요 그룹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2008년 독일 쿤스트 페어라인 겔젠 키르센의 『New Grass』, 2009년 독일 하노버 슈티프퉁 호리존테 쿤스트라움 44의 『so fern-so nah』, 독일 뮤지엄 슐로스 슈바르첸베르거의 『Schwarzenberger Kunstpreis art-figura』, 2010년 독일 루어 프로젝트 『Uber Wasser gehen』, 2011년 독일 AZKM의 『Foderpreis 2011』, 독일 쿤스트 페어라인 알렌의 『The Temporary Institute of Retrospection』, 2012년 이탈리아 컨템포러리갤러리 메란의 『Die da ist mit der da da (...)_ES』, 독일 뒤셀도르프의 『KUNSTPUNKTE Duesseldorf 2012』, 2013년 예나 쿤스트 페어라인의 『Brandschutz』, 독일 두이스부룩 란트샤프츠 파크의 『Emscher Kunst 2013』, 독일 도르트문트 코커라이 한자의 『Emscher Kunst 2016』 등입니다.

그녀의 국내 주요 그룹전은 다음과 같습니다. 2014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의 『FOLLOW ME』, 송은아트스페이스의 『14th 송은미술대상』,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난지 전시실의 『Heavy Habit』, 2015년 울산 태화강 대공원의 『태화강 국제 설치 미술제』, 2016년 고양 아람누리 미술관의 『What is art?』, 소마미술관의 『야외 프로젝트 S』, 인천 Cosmo40 메인 홀의 『겹 물결 : Living Fragment』, 등을 국내 주요 그룹전으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도수진 작가는 2014년 SeMA 난지 창작 스튜디오와 2015년 경기창작센터에 입주했습니다. 그녀는 2014년 송은아트스페이스의 ‘송은미술대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오는 5월 21일부터 6월 18일까지 한 달간 차 스튜디오에서 개최될 도수진의 개인전 『곤충인간(昆蟲人間)』은 류병학 독립큐레이터가 기획한 전시입니다. 도수진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 신작들 14점을 전시합니다. 차 스튜디오는 이번 박기원 개인전을 아래와 같이 개최할 예정이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전시제목 : 곤충인간(昆蟲人間)
초대작가 : 도수진

전시작품 : 평면작품 3점 및 드로잉 8점 그리고 설치작품 3점 총 14점
전시기간 : 2022년 5월 21일 - 6월 18일

전시장소
차 스튜디오(CHA studio)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15번길 58
오픈시간 : 매주 금, 토, 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매주 월, 화, 수, 목 휴관)

전시기획 : 갤러리 R 객원큐레이터 류병학


곤충인간 / 昆蟲人間

<곤충인간>은 나약하고 하찮아 보이는 곤충이 외부 공격과 충격으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몸 일부를 딱딱한 껍질과 다양한 형태의 문양들로 진화시켜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인간도 우연히 내면의 상처와 고통을 견뎌낸 돌연변이가 죽지 않고 진화를 거듭하며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은 아닐까?

인간의 내부 어딘가에 상처가 변화한 단단한 등껍질과 무늬를 상상해 본다. 작업은 곤충의 생물학적 진화의 결과인 더듬이와 몸의 껍데기, 위협적인 문양 등을 모티브로하며 인간은 고통으로부터 어떻게 대응하며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한다.

차 스튜디오에서 선보이는 <곤충 인간>은 1층과 2층으로 나눠진 전시장의 공간적 특성을 활용하여 제작하였다. 나누어지며 동시에 연결된 공간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지점을 마치 한 마리의 곤충에 빗대어 풀어내고 있다.

2층 전시장에서 컨베이어 벨트 위 긴 타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효도 라디오’는 곤충의 더듬이에 비유할 수 있다. 인간의 인지와 사유를 의미하기도 한다. 미세한 진동으로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을 포착하려는 곤충의 더듬이처럼 감각과 정보를 통해 외부세계를 이해하고 있지만, 우주와 같은 넓은 세계를 이해하고 의미를 찾기에 우리의 인지능력은 너무나 제한적이다. 죽음의 문제로 인한 깊은 불안과 공포는 이러한 한계로부터 생겨난 것인지도 모른다.

1층은 단단하게 진화한 곤충의 껍질을 테마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2층을 기준으로 아래층이며 지하 공간이자 무의식의 영역을 의미한다. 곤충은 상처와 고통을 막기 위해 딱딱한 껍질을 만들고 외부의 충격을 피하고자 위협적인 문양으로 자신을 위장한다. 1층에는 , , <곤충인간 I>, <곤충인간 II>, <곤충인간 드로잉>, <오늘도 무사히>가 설치된다.

- 도수진. 2022


도수진의 ‘곤충인간(昆蟲人間)’
“오늘도 무사히”

이번 인천 차 스튜디오(CHA studio)에서 열리는 도수진의 개인전 『곤충인간(昆蟲人間)』은 지난 2013년 독일 뮌스터 베베어카 파빌리온에서 개최된 그녀의 개인전 『비하인드 도어스(Behind the Doors)』 이후 열린 개인전이란 점에서 10년만에 개최되는 개인전인 셈이다. 물론 그녀는 10년간 다양한 그룹전에 초대되어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였다.

곤충인간? ‘곤충인간’은 작품에서부터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출현한다. 대부분 ‘곤충인간’은 곤충의 능력이나 아름다운 이미지로 등장하는가 하면 몬스터 같은 악역으로 캐스팅된다. 그렇다면 도수진의 ‘곤충인간’은 문자 그대로 ‘곤충’과 ‘인간’을 접목한 일종의 ‘반인반수(半人半獸)’와 같은 ‘반인반충(半人半蟲)’이냐고요?


도수진_곤충인간_차 스튜디오 전경사진. 2022

차 스튜디오는 1층과 2층에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다. 1층 전시장에 도수진은 <오늘도 무사히>(2021)와 <더 아이즈(The Eyes)>(2021) 그리고 <더 캐비닛(The Cabinet)>(2022)과 <곤충인간>(2022) 시리즈 또한 <곤충인간 드로잉>(2022)들을 전시해 놓았고, 2층 전시장에는 설치작품 <스트레인지 루프(Strange Loop)>(2022)를 전시해 놓았다.


도수진_오늘도 무사히_digital print & painting_540×642mm. 2021

관객이 차 스튜디오로 들어서면 무엇보다 어린이의 얼굴을 사마귀 머리로 변신시킨 평면작품 <오늘도 무사히>(2021)라는 작품을 만난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발소나 버스 그리고 택시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오늘도 무사히’라는 문구와 함께 그려졌던 그림이다. 일종의 ‘이발소 그림’으로 알려진 그 그림은 1768년 영국 왕립미술학교가 설립되고 초대원장을 맡았던 레이놀즈 경(Sir Joshua Reynolds)이 그린 <어린 사무엘(The Infant Samuel)>(1776)이라는 그림이다.

그것은 흰 잠옷을 입은 아이가 두 무릎을 꿇고 고사리 같은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이를테면 그것은 구약성경 사무엘 예언서에 나오는 사무엘의 어린 시절 모습을 그린 그림이라고 말이다. 어린 사무엘은 왕방울 눈으로 구름 속에서 거룩한 빛이 비추는 곳을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그 그림은 어린 사무엘이 하늘의 계시를 듣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곤 한다. 그런데 도수진은 레이놀즈의 <어린 사무엘> 얼굴을 사마귀로 변신시켜 놓았다. 왜 작가는 어린이의 얼굴을 사마귀의 머리로 변신시킨 것이냐고요? 도수진의 육성을 직접 들어보자.

“사마귀가 다리를 모으고 앉아 있는 모습이 기도하는 자세와 비슷하다고 해서 영어로 ‘플레잉 맨티스(praying mantis)’라는 별명을 얻은 것에 아이디어 얻어 제작하였습니다.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예민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마귀 얼굴을 꼴라주 한 뒤 프린트 후 그 위에 그림을 덧그려 제작했습니다.”

도수진의 ‘더 아이즈(The Eyes)’
“정글이라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도수진의 <더 아이즈(The Eyes)>(2021)는 움직이는 눈알들로 이루어진 키네틱아트 작품이다. 그것은 눈알 두 개가 한 쌍으로 이루어져 3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단에는 셋 쌍의 눈알들이, 중간에는 두 쌍의 눈알들이, 상단에는 한 쌍의 눈알들이 설치되어 있다. 각각의 눈알들은 좌/우로 쉼 없이 움직인다. 머시라? 눈알은 어떤 장치로 움직이는 것이냐고요? 도수진은 눈알들을 모터에 연결시켜 놓았다. 따라서 모터가 작동되면 눈알들은 움직이게 된다.


도수진_The Eyes_wood, motor, styrofoam_1200×900×180mm. 2021

눈알들은 마치 부단히 무엇인가를 예의주시(銳意注視)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눈알들이 움직일 때마다 기괴한 소리를 낸다. 따라서 눈알들은 누군가를 ’감시‘한다기보다 차라리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있는 듯 보인다. 뭬야? 누가 누구로부터 눈치를 보고 있느냐고요? 네? 동그란 눈알은 마치 곤충의 눈알처럼 보인다고요? 도수진의 육성을 직접 들어보자.

“움직이는 눈알은 포식자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촉각이 곤두서있는 불안하고 예민한 곤충을 연상시킨다. 인간에게도 살아남기 위해 타인의 감정을 끊임없이 살피고 상황에 맞게 반응하도록 진화하여 왔다. the eyes는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각이나 감정이 예민해지는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려 했다.”

도수진의 ’더 캐비닛(The Cabinet)‘
“몸을 위장하기”

도수진의 <더 캐비닛>은 스테인리스 다리 위에 MDF 합판으로 직사각형 형태의 조각을 제작해 설치한 작품이다. 미니멀한 박스 ‘피부’는 마치 곤충의 등 껍질처럼 초록색 거울 타일들로 부착되어 있다. 따라서 당신이 미니멀한 박스 앞에 서면 당신의 얼굴을 마주하게 된다. 그렇다면 도수진의 <더 캐비닛>은 자신을 위장하기 위해 몸 빛깔을 자유롭게 바꾸는 카멜레온(Chameleon)을 흉내 낸 것이란 말인가?


도수진_The Cabinet_MDF, mirro tiles, stainless steel_630×280×1700mm. 2022

그런데 도수진의 <더 캐비닛> 이면은 일종의 ‘수납장’으로 되어있다. 만약 당신이 수납장의 구조를 면밀하게 본다면, 그것이 집의 내부구조를 축소하여 위에서 바라본 조감도 형태로 제작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것은 도수진의 말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19년까지 그녀가 살았던 집의 내부구조를 모델로 삼은 것이라고 한다.

도수진은 수납장의 내부 전체를 검은색 아크릴 물감으로 칠해 놓았다. 와이? 왜 그녀는 수납장의 내부를 검정으로 도색한 것일까? 그녀의 답변이다. “<더 캐비닛(The Cabinet)>은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시기 경험하게 된 블랙아웃(blackout) 같은 내면의 혼돈과 치유의 과정을 다루고 있습니다.”

도수진은 음주는커녕 전신마취도 하지 않았고 익스트림한 운동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블랙아웃을 겪었다고 한다. 그녀는 블랙아웃을 겪은 후 적잖은 기억들을 상실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거주했던 방의 구조를 통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자 한다. 왜 도수진이 <더 캐비닛>을 내면의 혼돈과 치유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고 말했는지 이해되시죠? 그리고 그녀가 <더 캐비닛>의 ‘피부’에 마치 곤충의 등 껍질처럼 초록색 거울 타일들을 부착했는지 아시겠죠? 그렇다면 그녀의 <더 캐비닛>은 그동안 그녀 스스로 억눌러 왔던 상처와 고통을 ‘수면’ 위로 끄집어낸 것이 아닌가?

도수진의 ‘곤충인간 드로잉’
“나를 불태워 새로운 나를 탄생시킨다.”

도수진의 <곤충인간 드로잉>(2022) 시리즈는 총 8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소녀가 칼로 성인 남자의 머리를 자른 섬뜩한 이미지를 그린 <곤충인간 드로잉 I>, 소년이 성인 남자의 귀에 대고 귓속말하는 모습을 그린 <곤충인간 드로잉 II>, 어딘가에 시선을 던지고 있는 소년과 잠자리의 날개를 잡고 뜯는 소녀의 모습을 그린 <곤충인간 드로잉 III>, 입가에 피를 흘리는 소녀를 그린 <곤충인간 드로잉 IV>, 뿔난 소녀를 그린 <곤충인간 드로잉 V>, 왼발을 들어 바닥에 있는 벌레를 발로 밟으려는 포즈를 취하고 있는 소녀를 그린 <곤충인간 드로잉 VI>, 거대한 붉은 버섯 뒤에 있는 소녀를 그린 <곤충인간 드로잉 VII>, 둥근 링에 거꾸로 매달린 소녀를 그린 <곤충인간 드로잉 VIII>기 그것이다.

도수진은 <곤충인간 드로잉> 시리즈를 “유년시절 겪었던 사건들을 모티브로 제작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유년시절 겪었던 사건들은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없었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당시 사건들을 ‘각색(脚色)’하여 <곤충인간 드로잉> 시리즈로 표현한 것입니다.”


도수진_곤충인간 드로잉. 2022

도수진의 <곤충인간 드로잉> 시리즈는 사건을 고도의 압축과 첨예화로 각색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녀의 <곤충인간 드로잉> 시리즈는 미스터리 구조로 그려져 있다. 미술의 구조 자체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경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내면의 상처와 고통을 파헤친다는 것은 미션 임파셔블하다.

미술평론가 류병학 씨는 도수진의 <곤충인간 드로잉> 시리즈를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작가로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면서, “작가는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바로 그녀의 <곤충인간 드로잉> 시리즈”라고 해석한다. 이를테면 그녀의 유년시절 사건이 바로 <곤충인간 드로잉> 시리즈를 그리게 된 동력이라고 말이다.

도수진은 그녀를 짓누르고 있는 무의식을 <곤충인간 드로잉> 시리즈로 표현해 놓았다. 이를테면 그녀는 유년시절의 사건에 사로잡혀 심리적으로 압박을 느낀 것을 폭로해 놓았다고 말이다. 미술평론가 류병학 씨는 도수진의 <곤충인간 드로잉> 시리즈를 보면서 “오랜 기간 억압한 상처와 고통을 더 이상 은폐하지 않고 드러낸 그녀를 대견하게 생각한다”면서, 그는 “자신을 불태워 새로운 자신을 탄생케 하는 그녀의 열정적인 작품에 머리 숙여 존경심을 표한다”고 말한다.

도수진의 ‘스트레인지 루프(Strange Loop)’
“우리들의 일그러진 모습”

차 스튜디오 2층 전시장에는 도수진의 신작 <스트레인지 루프(Strange Loop)>(2022)가 전시되어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컨베이어 벨트(conveyor belt)에 라디오를 설치한 작품이다. 4미터가 넘는 길이의 컨베이어 벨트는 각종 초밥을 실은 작은 접시를 연속적으로 순환시켜, 고객이 초밥을 자유롭게 골라 먹을 수 있는 일명 ’회전초밥집‘에서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도수진_Strange Loop_conveyor belt, radio, iron_4310×380×1680mm. 2022

도수진은 연속적으로 순환하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초밥을 담은 접시 대신 한 대의 라디오를 설치해 놓았다. 라디오에서는 트로트 메들리가 마치 연속적으로 순환하는 컨베이어 벨트처럼 끊이지 않고 흘러나온다. 그것은 일명 ’효도 라디오‘이다. 효도 라디오는 휴대하기 편한 라디오로 라디오 기능뿐만 아니라 음악을 재생해 들을 수 있는 MP3 기능도 있다고 해서 일명 '효도 MP3'라고도 한다.

따라서 효도 라디오에 트로트 메들리 음악을 담은 SD 카드를 꽂으면 어르신들이 즐겨듣는 음악을 종일 들을 수 있다. 2기가 정도 메모리 카드에 1,000곡이 들어있다고 하니 대한민국 트로트 노래는 거의 다 들어있는 셈이다. 초창기에는 자전거 타시는 어르신들이 자전거에 효도 라디오를 매달고 하이킹을 즐겼다고 한다.

효도 라디오는 2012년경부터 발매되기 시작했는데, 주로 어르신들이 애용한다고 해서 '효도 라디오'라는 별칭이 붙여졌다고 한다. 말하자면 직장을 다니는 자녀들이 나이를 드신 부모님들의 무료함을 달래드리기 위해 라디오를 선물하게 되어 ’효도 라디오‘로 불리게 되었다고 말이다.

도수진은 “길거리에서 라디오를 몸에 지닌 노인들을 자주 목격했다”면서, 그녀가 노인들에게 “가까워질수록 요란한 음악 소리가 함께 커지고 멀어질수록 서서히 작아지다 이내 사라지는 것”을 경험했단다. 그녀의 <스트레인지 루프>는 바로 그 경험을 표현한 작품이다. 효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 노래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관객에게 가까이 접근하면 크게 들렸다가 관객으로부터 차츰 멀어지면 작게 들리기를 반복한다.

도수진의 <스트레인지 루프>는 똑같은 행위를 매일 반복하는 직장인의 일과 다르지 않다. 그것은 트로트 메들리가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는 효도 라디오와 닮았다. 이를테면 그것은 같은 일을 반복하는 지루한 삶과 다르지 않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효도 라디오는 어르신들의 무료함을 달래드린다기보다 오히려 삶의 의미를 망각하게 만드는 ’이상한 고리‘가 아닌가?

도수진은 컨베이어 벨트 위 긴 타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효도 라디오’를 ‘곤충의 더듬이에 비유’하여, 그것이 “인간의 인지와 사유를 의미하기도 한다”면서 다음과 덧붙였다.

“미세한 진동으로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을 포착하려는 곤충의 더듬이처럼 감각과 정보를 통해 외부세계를 이해하고 있지만, 우주와 같은 넓은 세계를 이해하고 의미를 찾기에 우리의 인지능력은 너무나 제한적이다. 죽음의 문제로 인한 깊은 불안과 공포는 이러한 한계로부터 생겨난 것인지도 모른다. <스트레인지 루프>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표류하는 의식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도수진의 <스트레인지 루프>는 반복된 일상을 은유하고 있다. 따라서 그것은 단지 어르신들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당신, 즉 우리에게도 해당된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도수진의 <스트레인지 루프> 역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표류하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모습을 담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새로운 미술 출판문화
스마트폰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도수진 ‘전자-도록(digital-catalogue)’

출판사 케이에이알(KAR)은 작년 12월부터 올해 초까지 한글판 전자도록을 총 19권 발행하였다. 출판사 KAR의 전자도록들은 그동안 미술평론가 류병학 씨가 집필한 15명 작가(김태헌, 김해민, 류제비, 박기원, 박정기, 손부남, 손현수, 안시형, 이기본, 이유미, 이현무, 장지아, 하봉호, 허구영, 홍명섭)의 작가론들과 일부 작가들이 직접 집필한 일종의 ‘전자_아트북(Digital_Art Book)’이다.

출판사 KAR은 미술계에 새로운 출판문화를 선도하고자 한다. 미술평론가 류병학 씨는 “‘전자-도록’의 도래는 출판문화의 변화를 넘어 질적인 미술계를 조성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출판사 KAR은 이번 차 스튜디오의 도수진 개인전 『곤충인간(昆蟲人間)』를 위해 도수진 작가의 전작들과 함께 미술평론가 류병학 씨의 ‘도수진론’을 수록한 전자도록 『세 개의 방』을 발행한다. 출판사 KAR에서 발행한 전자도록은 5월 20일부터 온라인 서점들(예스24, 교보문고, 알라딘, 밀리의 서재)에서 구매 가능하다.


도수진 류병학_세 개의 방_전자도록_출판사 케이에이알.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