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형 Ahn Si hyeong

어머니

다섯 살 6,25사변 직전
부모님 돌아가시고
큰어머니(외할머니)로부터
모진 학대 속에 사셨던
불쌍하고 불쌍한 어머니

며느릿감 보러 오신 다기에
결혼 예단이 걱정되었고
예비 시어머니(할머니)는
걱정 말라 하셨죠
큰어머니로부터 벗어나서
시어머니의 인자하심에
결혼은 곧 자유며 행복이었다 하셨죠

어머니 손잡고
10리 길 걸어 외삼촌 집 가는 길
빨간 찔레 열매를 보시며
회상에 잠기시던 모습

동네 찾아다니며
밥 먹으라 부르시던 목소리

코가 오뚝하고 잘 생겼다고
자랑했던 남동생을
병원에서 떠나보내고
서글피 우시던 모습

미술 상장 받아왔다고
빨래하시다 일어나셔서
손뼉 치며 기뻐하시던 모습

졸업식 전날 얇은 색종이로 정성스레
꽃다발을 만들고 계시던 모습

5월 5일 어린이날
하루 종일 보이지 않는다고 하시며
사생실기대회에 갔다 온 걸 안 후
응원해 주지 못 해 안쓰러워하시던 모습

무거운 장바구니와 함께
팔레트, 이젤, 화구박스를 사 오셔서
저를 기쁘게 부르시던 모습

어머니
생각나는 실기대회가 있어요
날이 흐리더니 소나기가 왔어요
아이들은 서둘러 피했지요
저는 비를 맞고
그 자리에서 계속 그렸어요
물감은 젖은 종이에서
빗물을 타고 내렸죠
마감 시간에
흥건히 젖은 그림을 들고 갔어요
아이들은 제 그림과 포개지 않으려
서로들 피했죠
그날 밤 열병으로 앓아누웠고
젖은 수건 이마에 얹어 주시며
마음 아파하셨죠
결과는 낙선이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날이었어요

여러 번 대학에 떨어졌고
크나큰 실망을 드렸어요
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요

군대 간 아들 얼굴 보려고
먼 길 좋아하는 음식을
보따리에 싸서 오셨죠
짧은 만남 뒤 위병소 앞에서
안타가워 하시던 모습
군가는 씩씩하고 용감하게 불러야 하는데
"어머님이 하신 말씀"
이 대목에서 항상 목이 메어 부를 수 없었어요

어머니
제가 절망적일 때
누구를 찾았는지 아시나요
하느님도 부처님도 아니고
어머니였어요
저보다 더 저를 사랑하고
용서하고 인내하셨죠

어렵고 힘들어도
너희들 키울 때 가
제일 행복했다 하셨죠
어머니 앞에선 언제나
어린아이로 있고 싶어요

어머님께서 인도하신 길은
무엇보다 고귀한 길이라 생각해요
삶의 진실된 소중함을 느끼게 해요
어머니는 먼 곳을 보셨고
저는 눈앞을 보며 투정 부렸죠
어머니의 마음을 어찌 헤아릴 수 있었을까요

제가 애써 작품이라며 전시를 해도
어머니의 마음을
어찌 표현이나 할 수 있을까요

어머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