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업은 욕망을 대면하는 몸을 통해 인간과 사물에 대하여 사유하는 것이다.
2000년대 초기 작업은 인간의 신체와 장신구를 제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미적 표현의 대상으로서의 장신구라기보다는 아름다움의 이면 즉 사회, 문화, 정치적인 측면에서 부와 계급의 척도가 된 장신구의 이중적 기능에 중점을 두어 마치 흉기와 흡사한 모양의 위협적이고 날카로운 형태의 장신구들을 제작하였다. ‘아름다운 흉기’로 명명된 이 시기 작업들은 장신구로 표출된 표상이 몸에 부착되어 인간과 사물을 변화시키는 중위적 존재의 오브제로 나타난다.
2005년부터 시작된 ‘변성하는 살’ 시리즈에서는 욕망을 내외적 상호요소로 보고, 신체나 사물 내부에서부터 돌출되어 신체나 사물 외부를 변형시키는 작업이다. 이를 통해 인간과 사물의 관념적인 형태를 변형시키고 ‘아름다운 흉기’의 장신구 개념을 확장했다. 즉 인물이나 사물을 캐스팅하여 복제한 후, 장신구 개념으로부터 비롯된 흉기나 파리, 모기, 꽃, 문자 등 이질적인 것들을 결합하여 변형시키는 작업이다. 따라서 작품은 인간 혹은 사물의 모호한 존재이자 주체와 객체, 정상과 비정상 사이의 상호 경계적인 것으로 표현된다.
‘변성(變性)하는 살’에서 시도하였던 이질적인 것들의 결합을 통해 고정관념의 형상들을 파기하고 변형시키는 작업은2018년 ‘머리와 발이 만났을 때...’ 시리즈를 통해 더욱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었다. 복제되어 복사된 남자의 얼굴과 여자의 발, 남자의 허벅지와 여자의 유방, 할머니의 손과 남자아이의 엉덩이 또한 주름진 뱃살과 여성의 성기, 비너스의 두상과 남자다리, 부처두상과 여자다리, 돼지머리와 발바닥... 등 어떤 계통이나 맥락없는 무위적 조합을 통해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고자 하였다. 그것은 우리가 보여주는 관습적이고 수직적인 질서를 해체하며 수평적 평면이 되기도 하고, 무언가 담아내는 그릇으로 함축된다.
작업 속 복사된 서로 다른 표면들은 결합되면서 하나의 새로운 유기적 형태를 만든다. 이는 서로 다른 표면들이 결국 같은 표면이 되는 모순을 가능하게 하며, 관습적 사고에 관한 타자의 비관습적 우연으로 귀결된다. 이처럼 다른 형상이나 의견들에 대하여 고정관념의 경계를 허물어 봄으로써 나와 타자가 결국 하나임을 인지하고 공존과 조화를 통한 새로운 창조 가능성을 엿보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