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부딪히는 사소하거나 심각한 모든 문제들의 근본적인 의문을 작업의 주제로 삼는다. 일상의 개인의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질, 삶과 죽음, 불안, 고통, 소외 등 실존적인 문제에서, 인간이 인간과 관계에서 파생되는 정치, 사회, 역사적인 문제까지, 포괄적인 것에서 개별적인 것까지, 집단적인 것에서 개인적인 것까지를 담는다.
나의 영상회화, 영상드로잉 작업은 회화나 드로잉에 그 바탕을 두고 있고, 수없이 많은 그림이 그려지고 지워지면서 한 편의 영상회화, 영상드로잉 작업이 완성된다. 또한 실사와 드로잉, 실사와 회화가 병치되며 하나의 작업 안에서 진행되는데, 그 과정의 흔적들은 소멸하면서 최종은 하나의 드로잉, 회화로 남는 것이다.
그 작업의 형태는 드로잉, 회화가 움직이며 변화하는 애니메이션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작업은 전체의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완전한 이야기나 계획을 가지고 진행되지 않는다. 의식의 흐름, 우연한 사유와 감각, 유동적인 흐름에 따라 작업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자유롭게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 정석희 작가노트 <나의 작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