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이 Kang Jin e

달밤

천에 자수, 30×40cm, 2021

일요일 오후가 되면 엄마와 목욕탕에 갔다. 일주일간 씻기지 못한 내 노랑머리 마론 인형도 함께 데리고. 몸을 씻고 뽀얀 김이 서린 탕 안에 한 발을 들이밀고 들어가는 순간, 살 껍질이 홀딱 벗겨질 정도로 뜨거워 기겁하고 발을 뺐지만 엄마 말대로 풍덩풍덩 들어가 목까지 잠기고 앉아 있다 보면 뜨거움도 잠시, 오히려 기분이 몽실몽실 나른해지며 좋았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엄마가 밀어준 팔다리가 얼얼해지고 퉁퉁 불어 손바닥에 주름이 생길 때쯤에야 목욕을 끝내고 탕을 나올 수 있었다. 엄마를 기다리며 빨대 꽂아 마시던 요구르트는 그야말로 천상의 음료. 하지만 행복도 잠시. 내게 끝나가는 일요일 저녁은 이미 어두워진 하늘만큼이나 울적한 시간이었다. 내일이면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엄마가 다시 새벽 출근을 하는 날이니까. 학교 다녀와 엄마가 보고 싶어도 엄마 옷 내음으로 대신해야 하니까. 그래서 나는 목욕탕에서 집으로 오는 길, 참 시원하고 상쾌해야 할 그 길이 늘 서글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