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시형 Ahn Si hyeong

손녀를 위한 할아버지의 비상금

구리선-약 30cm[1], 2013

고물상에 자주 간다.
주인과 이런, 저런 얘기 하며
커피 마시고, 잡일을 돕는다.

어느 날 구부정하신 할아버지가
손수레에 종이박스와 구리뭉치를 가져 오셨다.
이것을 모으려면 1년 넘게 걸릴 것 같다.
구리 전선은 고물상에서 가장 비싼 재료에 속한다.
힘들게 모은 구리 뭉치를 가져오신 이유는
아마 분명 목 돈(?)이 필요하신 거다.
예쁜 손주들이 오는 날이라 하신다.
저울에 달고, 뿌듯해 하시며
돌아가시는 뒷모습은 슬픔으로 다가온다.

얼른 웃돈을 주고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