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아 Chang Ji a

O-N- M-Y-M-A-R-K-!

Ink jet print, 140×180cm, 2017

자, 나를 따르라!

군대에서의 상관의 명령은 우리에게 다른 선택권을 주지 않는다. 걷고 잠복하고 총을 들고 적을 향해 돌진하는 모든 명령의 주체는 위계의 가장 윗선에 있다. 그들은 우리의 개인성을, 욕망을 거세시켜버린 자들. 우리의 몸에 표식된 흔적은 고통과 쾌락의 경계에 있다.

키스는, 키스마크의 행위는 상대와 내외부의 몸을 나누는 행위이다.

피부표면을 빨아 당기고 씹고 핥는 행위는 흔적 이전에 상대에게 고통을 준다. 고통을 쾌락의 대상으로 받아들인 이, 고통을 강제 당한 것이 아니라 고통을 허락한 이에게 나올 수 있는 상흔-표식인 것이다.

신체경계에 있는 피부는 물리적인 자극에 의해 피가 몰리면서 멍자국을 만든다. 내부에 흐르고 있는 피를 피부표면의 외부로 끌어올리는 행위가 강해질수록 상대나 자신의 욕망의 수치를 감각적으로 느끼며 진한 쾌감을 느낀다. 성기중심의 섹스가 아닌 주변부의 감각을 다루는 방식으로 상대의 내부와 공유되는 일체감을 맛본다. 그리고 마치 상대가 나의 고통과 죄를 짊어지고 갈 제식에(카니벌리즘) 사용되는 제물로서 나의 소유임을 증명하듯 몸에 피를 드러낸 표식을 지니고 다양한 금기의 영역을 오간다.

뜨겁고 거칠게 내가 너를 집어 삼켜버리며 또 한번 상대와 내가 분리되지 않는 순간의 흔적들을 입을 통해 상대의 내부에 흐르던 피를 빨아들여 신체의 외부, 피부표면에 집중시킨다.

지극히 사적인 행위의 흔적인 키스마크는 아이러니하게 집단과 전체주의, 통제된 사회, 위계의 질서 등을 표방하는 On my mark! 라는 캐치 플레이즈와 충돌한다.

한 장소에서 마치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듯한 작업 프로세스는 마치 집단 혼음의 현장 또는 표식이 된 희생양을 통해 카니벌리즘을 이루는 종교적 제의를 구성한 듯하다.-물론 철저하게 분리된 공간에서 진행되지만 주어진 시간을 다루는 방식이나 결과로 남겨진 흔적은 그들이 어떠한 상황을 지나왔는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은밀한 행위, 개인의 내밀한 감각, 감추고 드러내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작업이라는 공적 상황에서 경계선상에 놓이게 된다.

또한 혼미한 쾌락의 순간에서 몸을 대하는 방식은 내가 상대의 몸에 마킹을 할지언정 그것을 드러낼것이냐 말것이냐에 초점을 맞추진 않는다. 그러나 피부표면에 알파벳을 만드는 행위는 이성의 주관 하에 이루어지므로 쉽게 생기지 않는 멍자국, 둔탁한 입술의 움직임, 상대가 느끼는 통증 등의 제한된 상황을 겪어내야 한다. 작가는 애초에 몰입을 방해하는 불친절한 제안을 던지고 실패를 전제로 진행하는 모순된 과정을 즐긴다.

캘빈수치가 높은, 전체적으로 푸른 빛이 도는 새벽시간은 방금 전까지 뜨겁고 격렬했던 우리 몸의 체온을 강제로 식혀버리게 하는 듯하다.

아직 흥분에서 가라앉지 않은 몸이 카메라에 기록될 때 일상과 다른 몸, 흥분한 몸이 차가운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는 그 경미한 차이들이 담겨질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