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ylic on canvas, 91×73cm, 2020
한동네였던 고모할머니댁은 우리집보다 넓어 식구도 많고 강아지도 키웠다. 그래서 동생과 함께 자주 가서 놀았다. 집 안에서 놀거리를 찾다보면 신기하게도 계속 눈에 띄었다. 모든게 놀이였다. 나와 맘이 잘 맞는 네살 위 이모와 든든하고 착한 삼촌이 늘 양보하며 함께 놀아주니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할머니를 따라 시장에 간 어미개가 없는 틈에 새끼강아지도 맘껏 안았다. 손이 야무진 이모는 엉클어진 인형 머리를 곱게 땋아 올려 공주님 머리를 만들 줄도 알았다. 거기에 화려한 원피스를 입히고 삼각으로 접은 꽃무늬 손수건을 둘러주면 멋쟁이 아가씨가 되었다. 빗질 하다만 내 인형을 쓰윽 내밀며 바꿔 달라고 하면 이모는 못 이기는 척 바꿔 주기도 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좀 얄미운 동생 같은 조카였다. 다 받아주니 이모에게 떼를 부렸나보다. 어쩌면 아빠없이 자라는 조카를 연민으로 대해준 이모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꼬마이모 고마워. 이모랑 함께 놀던 어린 시절 나는 참 행복한 아이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