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rylic on canvas, 70×35cm, 2018
밤새 마당에 소복이 쌓인 눈으로 만든 하얀 눈사람
멋진 모자와 풀빛 머플러를 둘러주고
바구니에서 집어온 귤로 코도 만들어주었다.
타고 남은 조개탄으로 까만 눈을 붙이니 눈사람이 빙긋 웃는다.
어린 시절 나는 그리움이 많은 아이였다. 만남에 앞서 늘 헤어짐을 먼저 걱정했고, 설렘과 애틋함이 늘 함께 왔다. 성탄 무렵이면 TV에서 보게 될 ‘스노우맨’을 설레며 기다리긴 했지만, 볼 때마다 꿈결 같은 그 세상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아침햇살에 녹아내린 눈사람으로 아파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만났기 때문에 헤어졌고, 충만함과 상실감을 오가는 그 숱한 과정이 있었기에 우린 조금 더 단단하게 성장했을 테다.
지금의 나처럼 눈 나라에 사는 스노우맨도 훌쩍 자라 어른이 되었을까. 그 미소는 여전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