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에 자수, 35×35cm, 2018
두툼하게 솜을 틀어 겨울이불을 꿰매는 날 꼼지락 거리며 할머니 옆에서 인형을 갖고 놀고 있었다. 얇은 가제 손수건으로 인형을 덮어주며 재우는 것을 보셨을까. 할머니는 온가족이 덮을 두툼한 솜이불을 만들고 나면 자투리 천으로 내 인형 이불도 만들어주셨다. 손수건 크기 광목에 솜을 얹고 빨강과 녹색을 덧댄 양단을 올려 광목 시접을 넣어 꼼꼼하게 바느질해주셨다. 너무 기쁘고 좋은데 표현이 서툴렀던 나는 바느질하는 할머니 옆에서 쌕쌕 숨을 고르고 침 삼키며 모양을 갖춰가는 인형이불만 봤던 것 같다. 세월이 이렇게 흘렀어도 어디 하나 터진데 없이 할머니의 꼼꼼하고 정갈한 바느질 솜씨는 여전하다. 그 작은 이불은 내 인형에게, 우리 딸들 인형에게도 포근한 친구가 되어주었다.